석호는 초전에 단필탄 군으로부터 밀려 대패하였다. 그러고 나서 조정에 구원을 요청하고 신중하게 마음을 다잡아먹고 싸우기를 자제하고 우선 지키기만 하고 있었다. 그런데 대주국조공 장빈이 온다는 연통이 있어 석호는 몸소 멀리 마중을 나가 영접했다. 공경하는 마음으로 인사를 마치고 저간의 전황을 자세히 설명하자 장빈이 석호의 설명을 다 듣고 나서 말하기를 “단문앙은 용감하기는 하나 지모가 적고 소즙은 용재로서 겁이 많고 약하니 격파하기 어렵지 않소. 내일 아침에 이곳 지리를 살피고 나서 계략을 가르쳐 줄 테니 기다리시오.” 다음날 장빈은 석호와 석생의 호위를 받으며 산위로 올라가서 단문앙의 영채를 굽어보려고 하는데 탐색병이 달려와 아뢰기를 “단필탄은 우리 군사가 패해서 후퇴한 줄로 알고 그들도 염차성으로 회군했습니다.” 이 말에 장빈이 반응하여 말하기를 “석생 석감 2장은 얼른 2만군을 이끌고 적의 증원병이 오는 길을 끊으시오. 나와 원수는 급히 군사를 몰아서 염차성을 포위한 뒤 계략을 써서 그들을 격파하겠소.” 이리하여 마침내 석호는 영채를 뽑고 일제히 진격했다. 단필탄은 성루에 올라가서 굳게 지키며 나오지 않았다. 장빈은 석호와 같이 근처의 지형과 성 둘레를 돌아보고 배산임수의 산과 강을 인식해냈다. 그리고 전후의 산과 중간에 흐르는 강이 험난하여 공격하기 어려우니 영채로 돌아가서 깊이 의논하자고 말했다. 영채로 돌아온 장빈은 석호의 귀에다 대고 여차여차 하라고 이르니 석호가 무릎을 치며 기뻐했다. 그날로 석호는 군사를 동원하여 염차성 서쪽 교외 평천에 함정을 크게 팠다. 함정 위에는 진흙과 풀로 가려서 구별을 못하게 위장했다. 그런 다음 성 밖에 사는 토착민을 잡아다가 모두 결박을 지워 성 밑으로 데려와서 단문앙이 분통이 터지게 자극했다. 또 한편으로 마차에 물건을 잔뜩 싣고 남쪽을 향하여 계속 수송하게 하였다. 염차성 안에서 수비병이 이 모양을 보고 단문앙에게 보고하자 곧 성루로 올라가 살펴보았다. 과연 크고 작은 차량들이 산더미처럼 물건을 싣고 거침없이 양국 쪽으로 가는 것이 보였다. 이 모양을 본 단문앙은 심사가 뒤틀리기 시작했다. 그는 급히 군사를 이끌고 나가서 석호의 차량을 탈취하려 하자 소즙이 고삐를 잡으며 말리기를 “저 백성들과 우리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약탈해 가면 가는대로 두고 보십시오. 오로지 우리는 이 성을 굳게 지키기고 있다가 적이 피로하고 태만해 지기를 기다려서 치고나가 이기면 됩니다.” “그놈들이 우리 영토에 쳐들어와 노략질을 하여 저놈들 나라로 가져가는데 보고만 있으란 말이오.” “아닙니다. 그것을 보고만 있으라는 게 아니라 적의 계략에 빠지지 마시라는 겁니다. 저것은 틀림없이 우리가 농성하면서 싸우지 않자 꼬여내어 싸우자는 수작일 것입니다.” 소즙의 말은 단문왕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이미 단문앙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고 올라와 아무것도 들리지 않아 말하기를 “백성들은 처음부터 내가 용기 있음을 보고 따랐소. 그런데 이제 그 백성들이 포박을 당하여 적국으로 끌려갈 운명인데도 불구하고 이를 방관한다면 다음날 그 누가 나를 위해 목숨을 던져 싸워주겠소.” 단문앙은 3천 결사대를 이끌고 성 밖으로 뛰쳐나가 후조군 수천 명을 쓰러트리고 끌려가던 포로 100여 명을 빼앗아 돌아오다가 후조장수 공돈과 체명을 만났다. 단문앙이 이들을 향하여 돌진하자 2장은 짐짓 패하여 서쪽을 바라보고 도망쳤다. 이에 단문앙이 둘의 등에다 대고 외치기를 “이 비겁한 놈들아! 도망만 치지 말고 나와 맞서 싸우자!” 그러나 둘은 크게 겁을 먹는 시늉을 하며 꽁지가 빠져라 냅다 달아났다. 얼마간 추격하던 단문앙은 그만 둘을 놓쳐버리고 성으로 돌아가려고 하였다. 그런데 뜻밖에 공장이 불쑥 나타나서 싸움을 걸었다. 이에 단문앙과 도표 두 장수는 능숙하게 마장마술까지 해 보이며 10여 합을 싸웠으나 승부가 나지 않았다. 이때는 날이 저물어 사위가 어둠이 깔리기 시작 했다. 성안에서 기다리던 소즙이 단문앙이 돌아오지 않자 근심이 되어 일지군을 거느리고 접응하러 성 밖으로 나갔다. 그런데 석호 석준 공장 3장이 기다렸다는 듯 소즙의 군을 후려치니 소즙은 그만 사상자만 남기고 성안으로 쫓겨 들어왔다. 석호는 소즙이 쫓겨 들어가자 곧 군사를 빼돌려 단문앙을 추격하여 공격했다. 뜻하지 않게 석호를 만난 단문앙은 크게 노하여 석호를 노려보며 소리치기를 “네놈 잘 만났다. 네놈이 나를 속인지 이미 오래다.” 혼신의 힘을 다해 달려들자 석호는 몇 합을 싸워주다가 그대로 말을 돌려서 서쪽을 향하여 도망쳤다. 단문앙은 이미 사위는 캄캄한데 계략에 빠진 줄도 모르고 석호를 줄 창 추격했다. 초승달의 희미한 달그림자가 을씨년스럽다. 그런 가운데 어둠을 뚫고 단문앙이 얼마 쯤 쫓아갔을 때였다. 갑자기 사방에서 포성이 울리더니 함성과 함께 복병이 일어났다. 경기를 할 만큼 크게 놀란 단문앙은 엉겁결에 화극을 휘둘러 한쪽을 뚫고 달렸으나 얼마 가지 못하고 함정에 푹 빠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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