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색이 출중한 여종이 있었다. 이런 미인을 그녀의 남편은 알아보지 못했다. 노름에 미쳐서 집에서 잠을 자는 일이 거의 없었다. 그리되니 주인집 작은 주인이 거의 밤마다 제 것처럼 가지고 놀았다.
그러던 어느 밤, 작은 주인의 처가 이 낌새를 알고 기회를 노렸다. 남편의 꼬리를 잡겠다는 심산이었다. 그러나 아내가 그럴지 꿈에도 모른 남편은 아내가 잠들기를 기다리더니 조심스럽게 방을 나선 것이다.
‘옳지, 따라가 보자.’
아내는 아주 조심스럽게 남편의 뒤를 밟았다. 아내의 그런 낌새를 알아차리지 못한 남편은 지난밤과 똑같이 여종의 방으로 들어가 달콤한 맛을 즐겼다. 이들은 한 몸이 되어 운우지락을 즐기는가 싶더니 여종이 말했다.
“서방님께서는 어찌 희고 고운 떡 같은 아씨를 두고 구차하게 이년을 찾습니까? 아씨가 장미꽃이라면 저는 하찮은 들꽃에 지나지 않은 존재입니다. 이리하지 마십시오.”
“아니다. 너는 내 맘 모른다. 아씨가 흰떡이라면 흰떡 먹고 갓김치 같은 너의 맛도 버릴 수 없는 맛이니라.”
남자의 맘이란 것이 이런 것인지도 모른다. 이 현숙한 아내는 여기까지 듣고 모른 척하고 방으로 돌아와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상을 받은 자리였다. 남편은 해수기침을 하는 듯 잔기침을 심하게 하였다.
“얘야, 늬 기침이 심하구나. 약이라도 지어 먹어야 하지 않겠느냐?”
점잖게 노친이 말했다. 그러자 아내가 그 말을 이어서 하는 말이
“아니어요. 아버님, 저 양반이 갓김치를 너무 많이 먹어서 그렇답니다.”
현숙한 아내지만 시앗을 앞에 두고는 촉수를 내미는 것이 여인의 본능이던가. 그러나 이 깊은 내막을 모르는 노친네는
“하이 야들아, 나는 쏙 빼어놓고 너희들만 갓김치를 먹고 있었더란 말이냐?”
라고 말하며 아주 서운해 하였다. 그러나 아들과 며느리는 어른의 그 말에 고개를 들지 못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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