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갈공명의 교언영색에 놀아난 주유의 청에 의하여 제갈공명은 물이 흐르듯 동작대부를 술술 외었다.
‘명후를 따라 노세./ 층루에 올라 정을 나누세./ 넓게 열린 태부를 보며/ 성덕으로 경영하는 모습을 바라보세./ 높은 문 우뚝 세우고/ 쌍궐을 태청에 띄웠네./ 중천에 화려한 누관 세우고/ 서성에 비각이 연이었네./ 장수의 장강유수 옆에 끼고/ 원과의 번성함 바라보네./ 좌우에 세워진 쌍대에는/ 옥룡과 금봉이 노니네./ 이교를 동란에 잡음이여/ 조석을 한가지로 즐기리로다./ 황도의 굉려함 굽어보며/ 운하의 부동을 굽어본다./ 군재의 내취를 즐기며/ 비웅의 길몽을 따르리./ 춘풍의 화목함을 우러르며/ 백조의 슬픈 울음을 듣는다./ 구름은 하늘에 뻗쳤는데/ 집안의 세력이 성대해짐을 원하네./ 우주에 인화를 드러내고/ 수도 도읍에 숙공을 다하네./ 환제. 문제의 성함이여!/ 어찌 성명의 떳떳함만으로 족하랴./’
‘훌륭하구나! 아름답구나!/ 그 혜택 멀리멀리 드날리네./ 우리 황가 보좌하니/ 그 국토 사방이 다 편안하네./ 천지의 법도와 함께하며/ 일월의 광휘와 함께 하네./ 길이길이 존귀하여 끝이 없음이여!/ 봄의 신보다 장수하리. 우리 임금님./ 용기를 몰고 노세./ 난가를 타고 두루 다니며 노세./ 임금의 은덕 사해에 퍼짐이여! 아름다운 물건 많아 백성들 편안하네./ 원하노니 동작대여! 길이길이 견고하라./ 영원히 즐기기에 다함이 없으리라!/’
동작대부를 다 듣고 난 주유는 갑자기 불끈 화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나 조조가 있는 북쪽을 가리키며 욕을 퍼 부었다.
“늙은 역적 놈이 너무나 나를 욕보이는 구나!”
공명이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제지하기를
“옛날 선우족이 자주 국경을 침범하고 괴롭히자 한나라 천자는 그들을 달래기 위해서 공주를 보내어 화친한 일이 있습니다. 지금 일반 백성 중의 두 여자를 보내는 것을 가지고 왜서 그리 아까워하십니까?”
“와룡선생은 모르시는 말씀이요. 대교는 손백부의 부인이고 소교는 바로 저의 아내입니다.”
“주도독! 그런 것을 저는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제가 너무나도 큰 실언을 했나봅니다. 양이 죽을죄를 졌습니다.”
“모르겠지요. 허지만 늙은 역적 조조는 상종할 놈이 못됩니다.”
“그렇지만 신중히 생각해서 처리하십시오.”
공명은 끝까지 시치미를 따면서 주유를 요리했다. 공명이 낭랑하게 읊은 동작대부가 주유의 가슴에 불을 질렀다. 조식의 시에 ‘攬二喬於東南兮’가 아니라 ‘連二橋於東南兮’를 공명은 살그머니 음이 같은 二橋를 二喬로 바꾸어 두 다리를 아름다운 두 여인으로 둔갑시켜버린 것이다. 이 동작대부의 원문을 모르는 주유는 크게 흥분하고 말았다.
공명의 의도대로 주유는 말려 든 것이다. 하여 이제 비로소 본색을 드러내기를
“내가 우리 주군의 돌아가신 백씨의 부탁을 받은 몸인데 조조에게 몸을 굽혀 항복할 까닭이 있겠습니까?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들어보자는 속셈이었지요. 나는 파양호를 떠날 때부터 조조를 쳐부술 생각을 했습니다. 비록 내 목에 칼이 들어온다 할지라도 내 뜻은 바꿀 수 없습니다. 와룡선생은 조조를 격파할 수 있도록 한 팔의 힘이 되어 주시기를 바랍니다.”
“만일 버리지 않으면 힘껏 돕겠습니다. 여러 사람의 중지를 모아 결정합시다.”
“선생! 내일 주군을 함께 만나 뵙고 군사를 일으킬 문제를 놓고 협의합시다.”
“늙은 도적놈이 우리 강동에 사람이 없는 줄 알고 업신여기는 군요!”
주유는 공명이 자신을 격동시키게 한 줄도 모르고 조조를 칠 마음을 정하였다. 다음날 주유는 공명을 인도하여 손권을 만나자 손권이 먼저 주유에게 묻기를
“주도독은 조조의 망동을 어떻게 생각하오?”
손권이 크게 조조를 증오하며 주유에게 묻자 주유가 오히려 손권에게 묻기를
“주군! 문무백관의 의견을 들어 보셨는지요?”
“매일 그 문제를 두고 협의했소. 허지만 항복하자는 의견과 겨루어 보자는 의견이 서로 엇갈려 결정을 내리지 못했소. 도독의 의견을 말해 보시오.”
“주군께 항복하자고 권하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장소와 같은 문관이었소.”
주유는 손권의 말을 듣고 곧 장소에게 묻기를
“선생께서는 왜 주군께 항복하자고 권했는지 듣고 싶소.”
“조조는 황명으로 사방을 정벌하고 조정의 이름으로 자기 행동을 정당화하고 있습니다. 그런 그가 최근에는 형주를 손에 넣고 그 위세가 더욱 커졌습니다. 우리 강동이 조조와 대항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천혜의 방어선인 장강이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 지금 조조는 형주 수군을 얻어 수백 척의 배를 띄워놓고 있으니 이를 어떻게 막을 수 있겠소. 그들이 형주 수군을 앞세우고 수륙양면으로 쳐들어오면 어떻게 막으려 하십니까? 그러니 일단 항복했다가 뒤에 기회를 봐서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그걸 말이라고 하시오! 그것은 썩은 선비들의 교활한 생각이오. 강동이 개국하여 3대에 걸쳐 지금에 이르렀는데 항복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인 줄 아시오?”
주유가 장소를 몰아붙이자 손권이 물었다.
“그러면 도독은 어찌하면 좋겠다고 생각하오?”
“조조는 한나라의 승상이라고 자처하지만 실은 한나라의 역적입니다. 주군의 빼어난 무용은 귀신도 놀랄 것이니 역적 조조를 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우리는 강동에서 3대를 이어오며 막강한 군사력과 풍부한 양곡을 가지고 있습니다. 주군께서는 마땅히 하늘을 대신하여 국가를 위하여 역적을 제거해야 할 몸인데 어찌 항복한단 말입니까? 지금 조조가 군사를 일으켜 남하하고 있지만 그는 작전상 큰 결점을 안고 있습니다. 아직 북쪽에는 마등과 한수가 버티고 있어 불안한 상태에서 남정을 시작한 것입니다. 그런가 하면 조조의 군사는 수전에 서툴면서 말과 안장을 버리고 배를 타고 우리와 싸우려합니다. 또 조조가 크게 잘못한 것은 시기적으로 엄동설한이라 마초를 구할 수 없으며 군사는 원정해 온 까닭에 지치거나 질병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불리한 조건을 안고 군사를 일으킨 조조는 반드시 패하고 말 것입니다. 주군께서 조조를 잡을 기회는 지금입니다. 저에게 정병 수천만 주신다면 하구로 나가서 조조를 격파하겠습니다. 신은 비록 만 번 죽는 한이 있더라도 한번 조조와 혈전을 벌이겠습니다. 다만 주군께서 주저하시며 단안을 내리지 못함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손권은 허리에 찬칼을 뽑아서 앞에 있는 책상 모서리를 찍으며 말했다.
“만일 누구든지 항복하자고 하는 자는 이 책상과 같이 목을 치겠다.”
말을 마치고 칼을 주유에게 넘겨주며 말하기를
“이 칼을 받들어 다시 항복을 말하는 자를 참하라! 고하여 적벽대전이라는 대전쟁으로 돌입하게 된 계기가 되었소. 그때 동작대 다리가 바로 저 다리로서 이상과 같은 일화를 품고 있었던 것이오.”
맹손선생의 이야기를 모두 듣고 나서 여러 장수들은 다시금 그 옛날 제갈승상의 기지에 탄복하면서 술잔을 비웠다.
이때 공작대아래 세작이 이르러 보고하기를
“진조에서 이번에 성도왕 영을 맹주로 하고 육기를 원수로 하여 업성에다 대대적으로 제왕과 제후의 군사를 모아 우리를 치기로 하였습니다. 성도왕 영은 우선 육기와 함께 며칠 전 업성으로 돌아와 여러 왕과 제후의 군사가 모두 모이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유총은 근심된 얼굴로 장빈에게 묻기를
“기어코 진조가 대군을 움직여 우리를 정벌하고자 하는 모양인데 앞으로 어떻게 한단 말이오?”
유총의 걱정하는 말을 듣고 장빈은 거침없이 대답하기를
“이미 예상했던 일입니다. 우선 고을에 널리 방문을 내어 걸어 백성들을 안정시켜놓고 적의 움직임을 일시적으로 두고 볼 일입니다. 진군의 수효가 우리군의 수효보다 많아지면 우리도 즉시 평양에 연락하여 증원군을 데려오면 그만입니다.”
이에 유총은 장빈을 시켜 방문을 작성하게 하니 그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다.
‘한의 대원수 유총은 원근 백성들에게 효유하노라. 지금 우리 대한은 다시 일어나 고통 받는 만백성을 근심걱정 없이 편히 살게 할 것이다. 우리에게는 웅병 60만에 용장이 300여 명이 건재하므로 칼을 갈면 산이 이지러지며 물을 마시게 되면 강물이 마를 정도로 강성하다. 싸우면 반드시 이기고 치면 반드시 가지니 파죽지세로 상산 고록 한단을 격파하고 급군과 연주 영주를 석권하였다. 무릇 백성들은 모두 한실의 대덕을 생각할 것이며 망설이며 항거하다가는 스스로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진조의 관료로서 거역하는 길을 버리고 순리를 좇아 유씨를 도와 공명을 세우는 자는 마땅히 작록을 누릴 것이다. 이 사실을 모름지기 알지어다.’
이 방문은 곧 진조의 관리에 의하여 업성의 성도왕에게 전해졌다. 방문을 본 성도왕은 크게 노하여 여러 장수를 모아 놓고 뇌까리기를
“한적이 이토록 오만무도 하단 말이냐. 아직 여러 왕들의 군사가 모이지 않았으나 고의 군사만으로 라도 즉시 움직여 기어코 유총 놈을 사로잡고 말리라.”
이에 원수 육기가 간하기를
“대왕은 잠시 고정하소서. 지금 대왕군사의 5만과 제왕 경이 보낸 5만군을 합쳐도 유총의 20만대군의 절반 밖에 되지 않습니다. 더구나 한군 선봉 왕미와 유영은 만부부당의 영용함을 가졌으며 그 밖에도 관방 관근 장실 장경은 모두 그들의 조부에 뒤지지 않게 효용이 절륜한 장수들입니다. 거기다가 군사 장빈은 육도삼략에 통달하여 용병을 귀신처럼 하고 있으니 현재로서는 도저히 대적할 수가 없습니다. 가벼이 출전하였다가 군사를 꺾이는 날이면 아직 당도하지 않은 아군에게 공포심만 조장하고 말 것입니다.”
성도왕은 육기의 말을 옳게 여겨 그의 진언을 좇아 석초와 견수에게 일지군을 주어 우선 지경을 굳게 지키도록 했다.
세작은 이런 업성의 동태를 장빈에게 급히 보고했다. 이에 장빈은 여러 장수들을 모아 놓고 말하기를
“성도왕이 육기를 원수로 삼고 각처의 군사가 모이기를 기다리는 모양이오. 이번에 만날 적은 지금까지 우리와 싸워온 적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강한 적이오. 여러분은 각별히 조심하여 별도로 계책을 지시할 때가지 군사들을 교련시키기 바라오.”
군사 장빈이 여러 정보와 정세를 살피고 난 후 주의 깊게 말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