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일 종무종일(天地一一 終無終一)에 대하여
하늘과 땅은 각각 하나의 몸으로 되어 있으나 하나로 운행되는 것이니 한번 마친다 하는 것은 마침이 없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우주의 삼라만상은 각기 개체로 되어 있으나 실은 하나의 하늘 속에 있어 하나로 포괄하여 운영되고 있다. 한번 마친다는 말은 실로 마치는 것이 아니라 오고 감만이 있다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천지가 끝이 없고 가고 오는 것이 끝이 없는데 마쳤다(終)는 것은 좀 더 숙고해 보면 그러하지 않다는 것이며 다만 순환하고 윤회한다는 뜻이 된다.
예를 들면 오늘의 태양이 저물었다고 하지만 해와 달과 지구는 쉬지 않고 돌면서 다음날로 이어지니 연월일시(年月日時)와 춘하추동(春夏秋冬)은 쉬지 않고 이어지는 것이다. 또 풀과 나무도 일생을 마치었다고 하나 풀과 나무가 썩은 흙은 다시 풀과 나무로 태어나는 것이다.
인간도 한번 태어났다 죽으면 영원히 없어지는 것 같으나 육신은 토수화풍으로 돌아가고 심령은 또 다른 생을 향하여 갈 것이니 생은 생으로 이어지는 것이지 생이 영원히 끝나는 것은 아니다.
해가 저물어 하루를 마쳤다고 해서 내일이 없는 것이 아니라 다시 태양이 떠올라와 또 다른 하루를 만드는 것이다. 인생도 이런 가운데 밤낮으로 탈바꿈하며 살아가는 것이지 삶의 근본이 변하는 것이 아니다. 세월이 흘러가듯이 계속하여 이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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